본문 바로가기

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헤밍웨이 단편, 「살인자들」 분석

반응형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살인자들(The Killers)는 사실상 살인자가 아니라 '살인청부업자' 정도로 부르는게 맞다. 왜냐하면 이 소설 속에서 그들은 Muders(살인자들)이 아니라 한 남자를 죽이기 위한 Killers(살인청부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 소설은 시골의 한량한 간이식당에 두 사내가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 생각에 헤밍웨이가 이 작품을 무슨 의도를 가지고 썼다기보다는 자신의 문체와 보여주기의 기법을 연구하면서 쓴 단편인 것 같다. 그 말은 이 소설에서 연구할만한 점은 찾을 수 있지만, 딱히 도드라지는 주제는 없다는 말이다.



  이 소설은 보여주기의 극치로 표현되곤 한다.


  시점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이고 등장인물은 조지(식당주인), 닉(조지의 지인), 샘(식당 주방장?), 엘과 맥스(살인청부업자), 그리고 살해될 대상(이름이 뭐였더라?)이다. 


  일단, 엘과 맥스는 살인청부업자 답게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인다. 장갑을 끼고 밥을 먹는 것(지문 방지), 조지와 닉을 나란히 서라고 하는 등(둘이 만약의 사태에 방항할만한 인물인지 점검), 시킨 음식을 대충 바꿔먹는 것(식사에 관심이 없음), 샘을 불러 살펴본 뒤 닉과 함께 묶어두는 것(반항을 예방), 그 외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에서 이들이 조지의 간이식당에 식사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어서 왔으며, 그런 그들의 습성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 기법으로 보여준다. 보여주기 기법은 독자가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소설이 난해하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작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의 해석과 생각이 극대화된다.


  조지와 닉과 샘은 그들이 돌아간 다음, 나누는 대화로 그들의 성격이 세 가지로 나눠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주방장 샘은 이 일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리자고 하는 의견에 반대한다. 닉과 조지는 알려야한다고 하지만, 여기서 조지는 자신이 나서지는 않고 닉에게 다녀오라고 한다. 닉은 직접 이 사실을 알리러 살해될 대상에게 간다. 이 과정에서 샘(부정), 조지(방관적 동조), 닉(동조)의 성격을 설명하지 않고 대화만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닉과 살해될 대상이 나누는 이야기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함으로써, 이둘의 성격과 생각이 다름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명쾌하게 해석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내공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찾고 해석에 열을 올리는 좋은 작품임은 틀림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