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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물들다/주식에 대하여

<현명한 투자자> 8장. 투자와 시장 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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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화로 이 섹션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당신이 1,000달러를 투자하여 비상장회사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동업자 중에는 미스터 마켓이라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 있다. 그는 매일 찾아와서 자신이 생각하는 주가를 제시하면서, 이 가격에 당신 주식을 모두 팔아도 좋고 더 사도 좋다고 제안한다. 그가 제시하는 주가는 회사의 실적과 전망에 비추어보면 타당해 보일 때도 가끔 있다. 반면 흥분하거나 공포심에 휩싸일 때에는 그가 제시하는 주가가 어이없을 때도 많다.

  당신이 신중한 투자자나 합리적인 사업가라면, 미스터 마켓이 매일 제시하는 주가를 기준으로 당신의 지분 가치를 평가하겠는가? 그의 제안에 동의하거나 그와 거래하고 싶을 때에만 그렇게 평가할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주가가 터무니없이 높으면 기꺼이 주식을 매도하고, 그가 제시하는 주가가 터무니없이 낮으면 기꺼이 주식을 매수하면 된다. 나머지 시간에는 재무제표를 통해서 회사의 실적과 재무 상태를 분석하여, 보유 주식의 가치를 당신 스스로 평가하는 편이 낫다.

  진정한 투자자는 상장주식을 보유할 때에도 똑같이 행동한다. 그는 자신의 판단과 성향에 따라, 그날 시장가격을 이용할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다. 판단할 근거는 필요하므로, 중요한 가격 흐름은 파악해야 한다. 아마도 주의하라는 경고가 나올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최근 주가 하락이 불길한 조짐이므로, 매도 신호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신호는 투자자를 오도할 때가 더 많다. 시장가격 등락이 진정한 투자자에게 주는 중요한 의미는 하나뿐이다. 가격이 폭락했을 때에는 싸게 매수할 기회이고, 가격이 폭등했을 때에는 비싸게 매도할 기회라는 의미다. 다른 시간에는 주식시장을 잊고, 배당수익률과 회사의 영업실적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낫다.

 

  투자자와 투기꾼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주가 흐름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투기꾼의 최대 관심사는 주가 흐름을 예측해서 이익을 얻는 것이다. 투자자의 최대 관심사는 적정 주식을 적정 가격에 매수해서 보유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주가 흐름을 중시하는 것은, 주가가 낮으면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가 높으면 매수를 보류하거나 매도하려는 목적이다.

  투자자는 반드시 주가가 낮아질 때까지 매수를 연기해야 할까? 그러면 오랜 기간 기다리느라 배당 소득을 놓치기 십상이고, 투자 기회도 놓칠 수 있다. 그러므로 확고한 기준으로 평가해도 주가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시점만 아니라면, 투자 자금이 생길 때마다 주식을 매수하는 편이 낫다. 더 빈틈없이 투자하고 싶다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인 염가 종목을 찾아볼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전반적인 주가 흐름을 예측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주가가 더 빠르게 상승할 종목이나 업종도 선정하려고 시도한다. 이런 노력이 타당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진정한 투자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트레이더 및 일류 애널리스트들과 경쟁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재가치보다 가격 흐름을 더 중시하는 다른 모든 활동에서 그렇듯이, 이들의 노력은 상쇄되어 물거품이 되며, 결국 자멸로 이어진다.

  건전한 주식 포트폴리오도 평가액이 오르내리는 법이므로, 투자자는 평가액이 대폭 하락해도 걱정하지 말고, 대폭 상승해도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가격은 편리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이용하든가 무시해야 한다. 주가가 상승했다는 이유로 매수해서도 안 되고,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 더 쉽게 말하자면, "주가가 대폭 상승한 직후에는 절대 매수하지 말고, 주가가 대폭 하락한 직후에는 절대 매도하지 말라."

 

 

  가치투자의 정석.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의 8장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미스터 마켓이 나오는 부분이다. 미스터 마켓의 비유야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익숙해진 개념일테고, 내게는 그것보다는 주식을 매수한 뒤에는 주가를 보지 말고, 기업의 재무제표와 배당수익률 등을 분석해야 한다는 말이 더 새롭게 다가왔다. 주식을 매수하면 그 뒤로 시세표만 들여다보는 것이 나를 포함한 개미들의 흔한 모습이 아니었던가.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상승하면 우리는 내가 좋은 종목을 매수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하락하면 우리는 좋지 못한 종목을 매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단기적인 주가의 등락은 좋은 종목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귀중한 시간을 주가의 움직임을 보는데 쏟지 말고, 그 기업이 정말 가치로운 기업인지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를 분석하는데 집중하라는 말이다. 만약 좋은 기업의 주식을 매수했다면 시간이 지남과 함께 자연스럽게 주가의 상승이 뒤따를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이라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책일 것이다.

  주식시장 속에서 대중들의 투기적인 모습과 성장주의 광풍은 여태껏 수없이 반복되었다. 그들은 늘 외쳤다. "이번엔 다르다고." 4차 산업혁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지만 결국 "이번에도 같았다."는 문장으로 귀결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주식시장은 반복된다. 탐욕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주식시장에서 수없이 많은 광풍이 불었고, 그것들은 시간이 흐른뒤엔 모두 예외없이 잠잠해졌다. 물론 그 광풍 속에서 어느 재주 있는 사람은 뛰어난 수익과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도 거두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훌륭한 투자 방식이다. 그것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투자의 목적은 첫째도 수익, 둘째도 수익이니까. 자신의 능력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비바람과 칼부림의 광풍 속에서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는 쪽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난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닐 뿐이다. 평소에도 가성비를 따지고, 내가 판단한 가격보다 비싼 것이라면 선뜻 지르지 못하고 고민하는 나에겐 그러한 뛰어난 운동 신경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치투자야말로 나에게 있어서 가장 합리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투기자는 빠르게 부자가 되려고 하고, 투자자는 천천히 부자가 되어간다. 아직 시간은 많다. 잃지 않고 불리다보면 복리의 마법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주가의 흐름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탈에 집중하자. 하루, 한달, 1년의 등락보다는 3년~5년에 걸친 중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믿자. 남들보다 더 많이 얻지 못한다고 내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통제하며 원칙을 지킬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의 성과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 잃지 않기만 한다면, 느리지만 조금씩 부자가 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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