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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물들다/시끄러운 이야기

혐오사회, 남vs여가 아닌 정상vs비정상으로 생각하자(강남역사건,강서구사건,이수역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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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 사회 현상을 나타나는 경향 가운데 하나는 '혐오'이다. 이러한 경향은 조금 더 옛날부터 온라인을 통해 퍼졌던 것으로 안다. '극혐'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그 단어의 태생이 어디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종종 하던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 그 단어를 처음 접했다. 사실 그 단어를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것에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저 각종 욕설과 패드립이 난무하는 온라인 세계에서 새로운 단어로 모습을 바꾼 표현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당시 내가 느끼기엔 '극혐'이나 '18'이나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그저 내가 화났음을 표현하는 언어의 하나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으니까.


내가 이해하기로, '극혐' 그러니까 '혐오'가 현실 세계에서 구체적인 범죄의 모습으로 나타난 최초는 '강남역 사건'이라고 본다. 조현병에 시달리는 어떤 '비정상인 남성'이 전혀 '일면식이 없는 여성'을 화장실에서 살해한 사건이었다. 내 기억에 언론은 그 남성의 조현병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도를 했던 반면, 오프라인 여론은 '여성혐오'로 인해 촉발된 사건이라고 포커스를 맞췄다. 이 사회에서 여성이 물리적 폭력에 얼마나 심각나게 노출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안전치 못한 사회에서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심지어 어떤 남성들은 자신들을 '잠재적 가해자'라 칭하며 여성혐오, 여성폭력을 무의적으로 저질렀음을, 적어도 방관해왔음을 반성했다. 그때부터였을까. 이 혐오가 남성vs여성의 싸움으로 되어버린 것이 말이다. 



사실 나는 그때에도,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내가 가해자와 같은 성,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취급을 받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그동안 남성이든 여성이든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왔으니까. 그리고 그 어떤 성에게도 폭력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냥 그때는 그려려니 했다.


그리고 얼마전 강서구PC방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PC방 손님인 '비정상인 남성'이 PC방 알바였던 '일면식이 없는 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강남역 사건과 마찬가지로 알지 못하는 남성을 흉기로 무차별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이 남성도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사건은 굳이 따져보자면 남성vs남성의 사건이었으므로, 언론에서는 성대결의 프레임보다는 '동생이 사건에 가담했느냐 안했느냐' 그리고 '가해자가 정신과 치료 전력으로 심신미약 상태이냐 아니냐'에 대한 집중 보도로 이어졌다. 나 또한 그 또라이 같은 가해자의 범행에 분노했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청와대 청원은 최초로 백만명을 돌파했다. 온전치 못한 정신, 마음을 가진 사람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얼마만큼인지 보여주는 사건이였다. 하지만 나는 이때까지도 강남역 사건을 강서구 사건과 연결시켜 생각하진 못했다.



그리고 며칠전, 이수역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지금 가해자와 피해자의 말들이 다르고, 수사가 진행중이라 최종 판결을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것만은 확실해보인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 여성 두 명은 이유가 무엇이든 상대방을 모욕하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녀들이 내뱉은 말은, 정상적인(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그들이 페미니스트고 아니고, 메갈이고 아니고, 워마드고 아니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아무리 술에 취했단들 '일면식도 없는 상대방'에게 극도의 언어적 폭력을 가한 것이다. 그것도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단어와 표현들을 써 가면서 말이다. 


최초에 이수역 사건은 이 두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네이트 판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분노한 여성들의 지원으로 하루만에 청와대 청원이 3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어떠한가? 과연 이 두 여성이 온전히 피해자라고만 할 수 있을까?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건은 남성이 가해자이고, 여성이 피해자가 아니다. 반대로 남성이 피해자이고, 여성이 가해자도 아니다. 두 그룹은 각자 언어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동반된 쌍방폭행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론 그렇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느냐와는 상관없이 공개된 증거들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러니 일부 여성단체에서 CCTV 공개니, 동영상 공개를 두고 2차 가해라고 말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두 여성은 애초에 온전한 피해자가 아니니까. 사건의 경과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인 CCTV나 동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사건의 전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증거자료 제출을 하지 말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렇게 이수역 사건까지 오고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들 사건의 바탕에 깔려있는 '혐오'의 감정. 그리고 그 혐오가 현실 세계에서 상대방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무차별하게 폭행하는 바로 나타나는 이 범죄는, 결코 성대결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물리적, 사회적 우월적 위치의 남성과 물리적 사회적 열등적 위치의 여성 사이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상과 비정상의 싸움'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비정상 남자가 일면식도 없는 여자를 죽였다. 이것이 강남역 사건이다.

비정상 남자가 일면식도 없는 남자를 죽였다. 이것이 강서구 사건이다.

비정상 여자가 일면식도 없는 남자들을 향해 무차별한 언어폭력을 했다. 이것이 이수역 사건이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 이런 '범죄 행위'를 더 이상 성대결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또라이는 또라이고, 나머지 사람은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정상이란 말의 정의를 놓고 따지자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적어도 일면식도 없는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폭행을 하지 않는 선이면 정상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비정상'인 사람이 '정상'인 사람을 향한 혐오와 분노가 기반된 범죄로 봐야한다. 그것이 옳다.


아직까지 이 논점을 흐리고, 이를 꼭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로 끌고가려는 사람 혹은 세력이 있다면, 이제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그리고 더이상 반대쪽 성을 향한 분노와 혐오를 멈추자. 우리들의 분노와 혐오는 정상인 반대쪽 성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일부 또라이들을(그것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 향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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