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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120912]김영하-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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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글은 뭐랄까.... 빠르다. 저돌적이다. 직선적이다. 라는 느낌이 든다. 내 즐겨찾기 작가 김연수와는 정반대의 문체와 스타일을 추구한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김영하의 글은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의 글은 경쾌하다. 한 장소에 한 시간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다. 쉴새없이 장면이 바뀌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김영하의 문장들을 읽으며 이곳저곳을 따라다니다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 장에 도달해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김영하가 이런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글을 잘 쓰려면 3가지가 있어야 한다. 첫째, 무언가 유익한 것. 둘째, 감동. 셋째, 재미. 김영하의 글은 세번째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을 읽고나면 아, 졸라 흥미진진하네. 라는 말부터 나오는걸 보면 말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말은 누가 하는 것일까? 제이일수도 있고, 동규일수도 있다. 

  고아로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아파트에서 버린 책들을 주워읽고 득도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제이. 자신에게는 사물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그것들과 공감하는 제이의 모습. 제이가 말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함구증을 앓던 시절, 자신의 욕망을 대변하던 제이가 어느덧 자신을 넘어서 폭주족의 우두머리가 되어버린 후, 묘한 상실감을 느끼던 동규. 대폭주가 일어나던 날, 경찰에 그들을 밀고했던 동규. 제이가 사라진 후 동규는 말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마지막 동규의 고백처럼 그들은 제이이면서 동규였고, 동규이면서 제이였던 것이다.



  김영하가 전작 퀴즈쇼에서 20대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내었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10대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그려냈다고 할 수 있겠다. 모르겠다. 이런 충격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10대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나도 본 적이 없어 현실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 나도 마지막 소설가 챕터에서 나오는 Y와 비슷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은 10대들을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끝없는 경쟁을 강요받으며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사는, 그 미래가 현재가 됐을 때조차 미래를 사는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소설가 김영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정작 셋 중 둘은 죽고, 셋 중 하나는 해외로 나가버리는 그것만이 전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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