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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막눈이 영화광

화려한 영상미로 무장한 「거울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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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전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0)의 후속작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언제나 짙은 분장을 하고 나오는 조니 뎁과 너무나 독특한 상상력을 가진 팀 버튼 감독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이번 작품인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제임스 보빈이라는 감독이 새롭게 연출하였습니다. (전편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팀 버튼과 조니 뎁이 합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영화에 팀 버튼을 검색하니, 이 영화의 '프로듀서'로서 참여했다는군요. 역시 이런 류의 동화스러운 판타지 영화는 팀 버튼 감독이 빠질 수 없겠죠.


  영화는 전편의 설정을 그대로 대부분 옮겨온 듯합니다. 앨리스가 거울을 통해 동화나라로 들어가게 되며, 그곳에서 만난 인물들은 모두 앨리스를 알고 있습니다. 앨리스에게 모자 장수의 상황을 설명하고 너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인물들은 모두 앨리스에게 편하게 말을 건넵니다. 이미 전작에서 커다란 사건을 함께 겪었기에 친해졌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구구절절한 설명없이 바로 본론으로 돌입하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1. 줄거리에 대하여...


  영화는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시작합니다. 해적들에게 쫓기는 것처럼 보이는 위태로운 배 한 척. 그 배의 선장은 이 영화의 여주인공 앨리스입니다. 앨리스는 해적들에게 쫓겨 사방이 암초인 곳으로 항해하게 됩니다. 뒤쪽으론 해적이, 앞쪽으로는 암초들이 앨리스를 가로막고 있죠. 하지만 앨리스는 기막힌 항해술을 펼쳐 암초들 사이를 돌파해냅니다. 앨리스는 영화 내내 이런 돌파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보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주위에 온갖 민폐를 끼치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앨리스는 자신의 항해를 지원해주었던 귀족의 결혼식 파티에 초대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귀족은 앨리스와의 결혼에 실패한 뒤, 앨리스를 힘들게 하기 위해 배를 압류하고, 앨리스의 집을 빼앗으려 듭니다. 이런 저런 연유로 결혼식 파티에 날아온 파랑 나비를 통해, 앨리스는 거울을 통해 동화나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인간 세계에서 작고 아름다운 나비는 동화나라에선 좀 징그럽습니다.


  앨리스는 이미 와본적이 있다는듯, 동화나라 친구들을 만납니다. 전편을 안 보아서 이들의 이름이나 역할 등을 알 수는 없지만, 크게 상관없습니다. 강아지, 토끼, 일란성쌍둥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투명 고양이 등은 엑스트라에 불과하고, 백색 공주를 연기하는 앤 헤서웨이 조차도 엑스트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미모는 영화 내내 우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앨리스에게 힘든 모험을 부탁하려 모인 동화나라 식구들


  모자 장수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는 말을 듣고, 모자 장수의 집에 찾아간 앨리스는 자신의 가족이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모자 장수의 말을 반박하며, 당신의 가족은 죽었다고 말합니다. 모자 장수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앨리스에게 실망하며 그녀를 집 밖으로 내쫓게 됩니다. 그러자 동화나라 식구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앨리스에게 힘든 고생길을 열어줍니다. 바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크로노스피어"를 탈취하여 모자 장수의 가족을 구해달라는 것이죠. 우리 앨리스의 두 어깨가 무척이나 무겁습니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엄청난 일을 시키는 백색 공주. 그녀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앨리스는 '시간'을 찾아가, 그가 방심하는 틈을 타 '크로노스피어'를 탈취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크로노스피어'는 동화나라의 시간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었던 겁니다. 동화나라의 시간을 차곡차곡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던 '시간'은 괜히 날벼락을 얻어맞습니다. 왠 정체모를 여자 인간이 자신이 사는 곳으로 쳐들어와 시간을 유지하는 핵을 훔쳐 달아난 셈이죠. 이제 그는 무너져내리는 동화나라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과 연결되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앨리스를 찾아 나섭니다. 그렇습니다. 앨리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동화나라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민폐 인간이었던 겁니다.


▲앨리스는 시간의 헛점을 틈타 크로노스피어를 탈취합니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간 앨리스는 모자 장수를 만납니다. 모자 장수는 왕의 장녀 후계자에게 줄 왕관을 가지고 궁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사고로 인해 머리가 왕~ 커진 그녀의 머리에 작은 왕관은 맞질 않고, 그녀는 백성들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빨간 대두 악당은 자신의 포악한 성질을 가지고 백성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모자 장수네 가족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조니 뎁만큼 분장이 어울리는 헐리웃 배우가 또 있으랴.


▲이 정도면 딱 봐도 심술맞다는 사실을 알겠죠?


  앨리스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모자 장수의 가족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과 빨간 대두 악당이 어렸을 때 사고로 머리를 다쳐, 머리가 크게 부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리곤 과거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결국 과거는 바뀌지 않습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은 고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즉, 과거를 바꾸지 말고, 과거의 모습을 보고 원인을 찾아서 현재 세계에서 정답을 찾아 움직이라는 말이죠. 어찌됐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현재로 돌아온 앨리스는 빨간 대두 악당에게 크로노스피어를 빼앗기게 되고, 대두 악당은 백색 공주를 데리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 과거는 그녀가 빨간 대두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한 시점의 이야기로, 그녀는 과거를 고치려고 하지만,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만나면 안된다는 규율을 어기고 맙니다. 그때부터 시공간은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두 공주의 갈등. 따지고보면 백색 공주가 제일 나쁘다.


  시공간이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크로노스피어를 제자리에 돌려놔야 하는 앨리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성공한다는 건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죠?) 그리고 이들의 모험은 어떤 모습으로 끝나게 될까요?


▲아무리 선량한 표정을 지어도, 시공간을 부순 책임이 있는건 앨리스입니다.



2. 영화 속 설정들에 대하여...


  이 영화의 기본 테마는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을 주제로 다룬 영화야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죠. 우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비 효과」를 들 수 있겠네요. 「나비 효과」라는 영화는 시간을 과거로 돌려, 과거의 일이 변하게 되면 미래의 일이 어마어마하게 변하게 된다는 걸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정반대의 설정을 합니다. 바로 '과거는 바꿀 수 없다.'라는 것이죠. 앨리스는 과거의 한 순간으로 돌아가 붉은 대두 여왕의 사고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결국 시계에 부딪치기로 되어 있던 여왕은, 시계가 아닌 분수에 부딪혀 결국은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생각해봅시다.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지난 뒤, 여러모로 후회되는 일들을 잘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실패한 사랑, 로또 1등 당첨 번호 등등 시간이 지난 후에 보면, 너무나 당연해진 일들을 과거로 돌아가 또 한번 당연하게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필연의 산물이라고 본다면, 과거의 일들이 일어나게 됐던 데에는 그에 필요한 사건들이 누적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기에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어마어마하게 바뀌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대로, 과거를 우연의 산물이라고 본다면, 나비 효과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죠. 과거란 한 순간의 어떤 선택과 결정으로 인해 크게 요동친다고 생각한다면, 과거의 한 순간이 변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미래는 더 커다란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 무엇이 맞느냐 논할 필요는 없겠죠. 어디까지나 가정일뿐이고, 머릿속에서 펼치는 상상의 날개일뿐이니 말이죠.


  어찌됐든 앨리스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것도 시공간을 붕괴시킬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말이죠. 사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앨리스의 입장에서보다는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크로노스피어'를 도난당한 '시간'의 입장이 더 공감이 갔습니다. 평소처럼 다름없이 일상을 유지하던 중, 어느 침입자가 나타나 잠시만 쓰겠다며 자신의 심장을 가지고 달아납니다. 이 얼마나 황당합니까? 시간을 그녀를 찾아나서지만 그녀는 주인공이라는 신분 덕분에 무적입니다.ㅠ 잡을수도 없습니다.ㅠ 결국 시간은 붕괴되고, 마지막에 잠시 죽음을 맞게 되죠. 결국 동화적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만, 아무래도 주위에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팀 버튼과 조니뎁의 콜라보는 항상 색다른 맛을 선사합니다. 화려한 영상미는 물론, 동화적 상상력까지 빼놓을 수 없죠. 이 영화도 보는 내내 화려한 영상미로 무장합니다. 주인공 앨리스의 중국풍 옷부터 시작해서, 백색 공주, 붉은 대두 여왕, 그리고 시시각각 색조가 변하는 변신의 귀재 조니 뎁의 모자장수까지. 그리고 주인공의 뒤로 펼쳐 지나가는 수많은 형형색색의 배경까지. 굳이 영화에서 깊은 감상을 찾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더 괜찮을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감독 : 제임스 보빈

-주연 : 미아 와시코브스카(앨리스), 시챠 바론 코헨(시간),

헬레나 본헴 카터(붉은 여왕), 앤 헤서웨이(백색 공주), 조니 뎁(모자 장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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