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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150127]유시민-나의 한국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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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사실상 나는 이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면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자세히 모른다. 이 사람이 한창 정계에서 청와대에서 활동할 때,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세대차이상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좋아한다. 정치인, 전 장관으로서가 아닌 논객 유시민, 글쟁이 유시민을 좋아한다. 나와 친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알게 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글을 읽어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논객 유시민의 말, 글쟁이 유시민의 글은 나에게 분명히 매력으로 다가온다.

 

  논객으로서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복잡한 사안의 핵심 논점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 규정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내놓는 것. 그 소견이란 원리와 원칙에 입각한 말일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좋은 말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원리와 원칙 안에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소신 같은 것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글쟁이로서의 그의 글은 진실되다. 그의 글을 모두 읽진 않았다. 3권 정도의 책을 읽어보았을 때, 그의 글에는 묵직한 진심의 힘이 느껴진다. 화려한 수사로 상대방을 현혹시키지 않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옳은 것은 정으로, 틀린 것은 오라고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글에는 왠지 모를 믿음, 진실됨이 느껴진다.

 

  자, 뜬금없는 유시민 찬양은 여기까지 하고,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사실상 이 책을 읽더라도 대부분의 사건을 모를 정도로 나는 근현대사와 동떨어져 살았다. 아니, 나도 근현대사를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근현대사와 동떨어졌다기보다는 70~80년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어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더 옳겠다. 이 책의 내용은 해방을 전후하여 광복, 경제발전, 유신,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온 우리나라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서 나의 무지를 탓하게 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현대사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책을 읽게 되면, 글쟁이 유시민으로서 각 정권을 분석하고,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적어놓았다.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해낸 결론을 바탕으로 서술한 유시민의 결론은 뒤로 하고, 내가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감동 깊었던 장면은 바로 80년대 6월 항쟁에 대한 서술이었다.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자세한 페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약 4~5쪽에 걸쳐서 6월 항쟁에 일어났던 민중들의 뜨거운 항쟁의 내용을 쭉 열거해놓은 부분이었다. 과도한 문장도 없고, 화려한 수사도 없이 어떤 지역에서 어떤 투쟁이 일어났다는 내용의 연속이었다. 그 많은 페이지를 모두 꽉 채울 정도로 80년대 6월 항쟁의 열기는 대단했다. 마치 온 국민이 그것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온 나라를 움직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 우리 나라가 지역주의, 학벌주의로 분리되어 겪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본다면, 그 당시에 우리 국민이 얼마나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는지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다.

 

  횡설수설, 어쨌든 책을 읽고 다양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 남는다기보다 뜨거웠던 우리의 한국근현대사에 뜨거운, 아쉬운 감정이 많이 남아있다. 좋은 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읽고 나서 내용이 아니라 가슴에 남는 그런 글. 좋은 책이다. 다음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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