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121212]윌리엄 셰익스피어-템페스트

반응형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었다.

 

  주인공 '푸로스퍼로'는 동생 '안토니오'의 계략에 말려들어 왕위를 빼앗긴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에서 쫓겨나 어느 외딴 무인도에 갖히게 된다. 그곳에서 정령을 부리는 마법을 익힌 '푸로스퍼로'는 나폴리의 왕 '알론소'가 항해하는 도중, 정령을 이용해 풍랑을 일으켜 배를 무인도에 난파시킨다. 가까스로 살아난 '알론소'와 그의 신하들에게 '푸로스퍼로'는 냉혹한 복수를 시작하는데.... 정도로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 너무도 유명한 사람이지만 사실상 그의 작품은 많이 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군대에 있을 때 '4대 비극'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비극을 당하고, 주변 인물들이 서로 배신하고 칼을 맞고 쓰러지는 내용을 많이 보아왔던 바, 이번 작품도 '푸로스퍼로'의 냉혹한 복수극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템페스트'는 잔혹한 복수극이 아니라 관대한 용서극이다. '푸로스퍼로'는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단지 정령 '에어리얼'을 이용해 그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상황만을 조장한 뒤에 관대하고 거룩하게 그들을 용서한다. 셰익스피어의 말년 작품으로 알려진 '템페스트'. 나이를 먹고 관대해진 작가의 생각이 거룩한 용서로 드러난 것일까?

 

  거룩한 용서극이냐, 잔혹한 복수극이냐의 선택은 전적으로 작가의 선택에 달렸기에 뭐라고 논할 순 없지만, 책을 읽으며 매우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으니, 등장인물들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은 점이 바로 그것이다.


 

  템페스트의 이야기는 3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첫번째 '푸로스퍼로'쪽 이야기. 두번째 '켈리밴'쪽 이야기. 세번째 '알론소'쪽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쪽은 '알론소'쪽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다. 특히나 '시배스천'과 '안토니오'의 역할이 참 애매하다. 난파되어 무인도에 도착하자 '곤잘로' 영감을 비웃는 장면. 그리고 잠든 왕 '알론소'를 살해하려는 장면. 을 빼면 이렇다할 역할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푸로스퍼로'와 '안토니오'의 만남은 이 이야기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에 해당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그 부분은 '푸로스퍼로'와 '알론소'의 대화뿐, '안토니오'에게 주어진 역할은 없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하는 주제의식이야 충분히 인정하지만, '안토니오'가 죄를 뉘우치는 장면이나 대사는 찾아볼수가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로스퍼로'는 모든 죄를 용서해버리니.... 뭔가 극적인 긴장감이나 재미가 떨어진 것이 가장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에필로그까지 끝나고 쓰여진 번역자의 말을 읽어보면, 셰익스피어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단순히 뜻만 정확히 옮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의 장단이나 고저, 어세 등이 있기에 그걸 통째로 옮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옮겨진 문장은 정말 아름다운 문장들이었다. 책 속에 쓰여진 수많은 비유와 반짝이는 문장들을 보니, 영어를 주언어로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라고 불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만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