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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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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와 성경, 그리고 마음가짐 은행에서 볼 일을 다 마치고 나왔을 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은행이라는 사각의 건물에 들어가서 머물렀던 시간은 1시간 정도. 이미 도로는 1시간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버렸다. 단순하게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떨어진 눈이 바닥에 조금씩 쌓이고 있는 모습, 옷깃을 좀 더 단단히 여민 사람들, 그리고 푹 눌러쓴 후드에 눈이 쌓인채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까지, 그 곳은 내가 은행을 들어가기 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구나. 세상은 이렇게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는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나는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반대편의 빨간색 신호등을 보며, 그리고 건너편 차..
내가 만약 외로울때면 임재범이 나가수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내가 만약 외로울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라며 독백하듯 내뱉을 때 내 눈가에도 눈물이 찔끔 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 눈가에 흐르던 눈물은 감동을 강요하는 나가수의 편집 실력에 내 감성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 아니요, 가슴을 파고드는 임재범의 어마어마한 노래 실력에 감동을 먹어서도 아니요, 그 뒤에 이어지는 '여러분'이라는 극적인 반전에 놀랐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외로움'이란 '위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고 그렇게 '찔끔' 눈물을 흘렸다. 아주 조금. 술과 게임으로 얼룩진 20대 초반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아니,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나를 포함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변했다. 없는 지갑에서 갹출해 산 소주 ..
넌 너 이상의 이상해.네가 미워졌어.요즘의 너에겐 너밖에 없나봐. 생각을 많이 해봤어.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혹시나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이젠 널 떼어내려 해.첫 만남의 순간도 떼어내고고백했던 그 순간도 떼어내고첫 여행, 첫 키스의 순간도 떼어내고우리가 설레이던 순간을 모두 떼어냈어.이제 남은 건 너 하나. 그런데너 하나가 왜 이리 떼어지지 않지.너와 함께한 순간들을 모두 떼어내면너도 그럴 줄 알았는데.그게 아닌가봐너는 그런 순간들이 아닌가봐. 네가 미워졌어.그런데 이상해.넌 이미 너 이상의 존재인가봐.
살다보면 살다보면 이제 내 나이도 어느덧 '살다보면'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넘어가는 그즈음, 이제는 내 삶의 방향성을 얼핏 가늠할 수 있는 그즈음이 되면 왠지 모를 생각들이 많아진다. 내가 옳다고 믿고 걸어왔던 그 길이 과연 옳은 길이었는가 의심하게 되고, 남들이 걷고 있는 길이 더 대단해보이기도 한다. 아직 내 삶은 정해지지 않다고 믿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그 변화가 두렵고 불안한 이중적인 마음. 그렇게 오늘도 내 젊음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아직도 미성숙한채로 나는 그렇게 서서히 굳어간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결정적인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 순간은 앞으로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얼추 결정해주는 순간이다. 음악이 좋아 오디션 프..
중용, 인간의 맛 - 5강. 이성과 감성 강의를 보니 들었던 내용인데, 왜 포스팅을 안했지? 이번 강의는 가볍게 요약으로 대체. 중용의 성(性)은 인간의 도덕성에 관한 것이고, 칸트의 성(性)은 과학적 이성에 관한 것이라 다르다. 중용의 성(性)은 일평생 천명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20세기는 감정보다 이성이 우위를 점하는 시대였다.동양인들이 말하는 감정이란 칸트가 말하는 감성이나 인식의 기본인 감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고도의 복합적 판단이다. 감정은 이성의 계산이나 자유를 포섭하는 주체적 판단이다. 20세기 교육의 목적은 이성적인 인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도올은 교육의 목적을 세련된 감정의 소유자를 기르는 데 있다 생각한다. 이성적 훈련은 너무도 당연한 기초적 훈련일 뿐이다. 수도(修道) 삶의 길을 끊임없이 닦는..
중용, 인간의 맛 - 4강. 칸트와 붕어빵 - 강의 내용 간단 요약 - 1. 지식의 창조자가 되자! 1. 한 철학자의 사상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철학사를 읽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에 관한 좋은 개설서를 읽어라! 다음으로 그의 작품을 독파하라! 2. 한국인의 인문학의 바탕은 동방고전일 수밖에 없다. 고전의 소양이 없는 학문은 학문의 자격이 없다. 3. 대한민국은 정신사적으로 들끓고 있다. 겉으로는 젊은이들이 얕은 현세적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공부를 깊게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서양고전과 서양철학의 주요 저작들이 높은 수준으로 번역되어 여러분들의 독서를 기다리고 있다. - 문고시리즈 '고전의 세계' 책세상 - 문고시리즈 '지식인 마을' 김영사 -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이제이북스 4. 고전의 소양이 없는 학문은 ..
중용, 인간의 맛 - 3강. 천명(天命)이란 무엇인가? - 강의 내용 간단 요약 - 1. 노자와 중용의 첫 장은 총론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노자의 첫장 道可道 非常道 (도가도 비상도) - 도를 도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항상스러운 도가 아니다. 道可道 : 끊임없이 변하는 생성의 도를 도라는 언어, 도라는 관념 속에 집어넣는다(fix). 常은 불변, 영원(unchanging, changeless)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스러움(constant)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이는 불변의 긍정이 아닌 변화의 긍정이라고 볼 수 있다. 3. 중용의 첫장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脩道之謂敎(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4. 天 天命(heavenly Mandate) 중국 고대왕조 은殷나라 때까지 구약적, 초월적 의미가 있었으나 주周나라부터 인문화된다...
중용, 인간의 맛 - 2강. 공자와 그의 손자 자사(子思) - 강의 내용 간단 요약 -1. 일본에서 나온 사전은 세계 최고 수준, 사전을 잘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지적인 유산이 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우리는 Sony가 만들어 놓은 길을 삼성이 따라잡았던 것처럼, 일본이 만들어놓은 지적인 길을 따라잡아야한다.3. '중용'은 '대학'과 함께 '예기'에 속해있던 한 장에 불과했다. 4. 송나라 주자는 당나라의 불교를 억제하기 위해서 '중용'과 '대학'을 '예기'에서 빼와서 '논어'와 '맹자'를 포함해 사서라 규정한다. 5. 메타노이아. 주자는 불교(서양)에 쪄들어있던 중국의 방대한 지식인들을 유교(동양)로 돌아가게 만든다.6. 주자가 말한 사서의 공부 과정 - 대학에서 전체 윤곽을 잡아라. - 논어에서 근본,뿌리를 알아라. - 맹자에서 근본,뿌리가 어떻게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