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이 나가수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내가 만약 외로울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라며 독백하듯 내뱉을 때 내 눈가에도 눈물이 찔끔 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 눈가에 흐르던 눈물은 감동을 강요하는 나가수의 편집 실력에 내 감성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 아니요, 가슴을 파고드는 임재범의 어마어마한 노래 실력에 감동을 먹어서도 아니요, 그 뒤에 이어지는 '여러분'이라는 극적인 반전에 놀랐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외로움'이란 '위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고 그렇게 '찔끔' 눈물을 흘렸다. 아주 조금.
술과 게임으로 얼룩진 20대 초반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아니,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나를 포함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변했다. 없는 지갑에서 갹출해 산 소주 몇병을 밤새 기울이며 기쁨을 나누고 추억을 공유했던 영원할 것 같았던 친구들은 내 주위에서 멀어져갔다. 그들을 탓하는 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 모두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 와중에 벌어진 당연한 일이니까. 전역하고 돌아온 내 자리에는 새롭게 친해져야 할 사람들, 혹은 친해지지 않아도 별상관없는 사람들로 채워져있었다. 세상살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해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직장을 오가며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피곤에 지쳐 퇴근해 불꺼진 원룸 자취방에 혼자 들어가 고된 몸을 뉘일 때, 나는 그렇게 외로워지고 만다. 쓰러져있는 내게 어느새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그림자처럼 내 몸에 달라붙는다. 나는 내게 익숙치 않은 이 단어를 떼어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이녀석은 도통 떨어질 줄을 모른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는 조금 편해지지만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진다. 내가 어쩌다....
여러분이 있어 위로가 된다는 임재범은 행복한 사람이다. 나에겐 아직 그런 '여러분'이 없다. 나에겐 오직 '나'만 존재한다. 그러기에 외로워도 슬퍼도 내가 기댈 곳은 나뿐이다.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위로해주는 여러분이 사라져버릴까봐 걱정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임재범은 또한 불행한 사람이다. 내가 내 삶의 위안이라는 이 작은 사실은 내가 아직은 더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적어도 내가 나를 포기하는 그 순간이 오기전까지, 그리고 내 앞에 사라질까봐 걱정하지 않을만한 여러분이 나타날때까지. 그렇게 나는 나를 믿고 오늘도 하루를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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