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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막눈이 영화광

[150526]인사이드 잡(Inside Job,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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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세계를 덮친 금융 위기. 당시의 난 대학교 4학년으로 취업준비에 한창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1900 초중반을 오가던 코스피 지수가 800 가까이 떨어졌던 걸 보고 무언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던 흐릿한 기억만 남아있다. 이 영화를 네이버 영화에 검색하면 장르가 '다큐멘터리/범죄'라고 나온다. 다큐멘터리야 누가봐도 알 수 있고, 뒤에 범죄가 붙은 것은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만하다.

 

  영화의 포스터에도 나와있듯이 '2008년 세계 금융경제 위기는 조작된 것이다!'라는 문구처럼, 이 영화는 규제가 풀린 미국의 금융시장이 고객들의 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그 피해와 위험은 고객들에게 몽땅 전가해버렸음을 지적하는 범죄 행위를 낱낱이 파헤친다. 당시의 정치인, 경제학자들은 금융 규제를 풀고, 철저하게 시장의 원리를 지킨다면 이익이 날 것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이익은 소비자와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상위 1%, 또는 월가로 대표되는 금융계 사람들의 이익이었다.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하여 누구나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게 하고(당시 집값의 최대 99.3%까지 대출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 대출 채권을 투자자들에게 넘기며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먹고, 피해를 볼 때를 대비하여 보험사까지 동원하여 자신들의 피해는 최소화화면서 폭탄돌리기를 하는 금융인, 정치인들의 모습은 정말 잘 짜여진 범죄영화 시나리오라고 믿어버리고 싶을만큼 흉악하고 몰염치하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잘 짜여진 범죄 각본이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정치인, 투자은행, 보험사, 신용평가사, 그리고 저명한 경제학자들까지 모두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오게 될 어마어마한 돈의 액수에 홀려 모두를 속이는 달콤한 거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거품이 한창이던 시절은 그 거품 위에서 온갖 혜택을 다 누리고, 거품이 빠짐을 느낀 순간에는 손해를 볼 일이 없도록 주식과 채권을 모두 매도해 몇백, 몇천억에 달하는 이익을 얻은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도 미국 경제부에 한 자리를 하거나, 은행의 이사회에서 몇십억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후에 만들어진 2010년 다큐멘터리..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잠깐, 2015년 지금 우리의 모습인데?'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정부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다양한 대출 상품을 만들어 돈을 빌려서 집을 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각종 수수료를 낮추고 규제를 풀어버린 결과, 지금 전국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 이런 모습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부시 대통령이 '여러분, 여러분은 더 이상 낡은 주택에서 살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 모두가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조금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이 정말 진실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듯하다. 대부분이 이 모든 것이 거품임을 알고 있다. 미국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다. 우리나라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거품이 빠지기 전에 최대한 그 속에서 이익을 보려는듯해보인다. 아직은 아니겠지, 몇 년 더 시간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일지 모르나, 그 거품이 빠지는 것은 정말로 한 순간이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기 2일전까지만 해도 신용등급 AA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 속에서 우리는 평범한 사람은 이미 그 거품을 빠지는 것을 예측, 예상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보고나니 머리 속이 복잡하다. 훌륭한 정치가라면, 아니 제대로 된 정치가라면 이러한 거품을 조금씩 뺄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거품을 유지하고 폭탄을 돌리는 건 결국 '우리 임기 안에서만 터지지 않으면 된다. 몇년만 더 버티자'라고 생각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풀어오른 거품이 순식간에 빠지는 순간, 몇몇 사람이 아닌 국민의 대다수가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할 것임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본 적이 있다. 이제는 우리가 생각을 달리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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