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단편은 짧지만 그 안에서 생생한 인물을 그대로 만들어 보여준다. 이 짧은 단편 「상자 속의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헛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사냥꾼(이반 이바느이치(수의사)와 불킨(중등교사))은 달이 뜬 밤, 잠이 오지 않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 같은 사나이 '베리코프'에 대해서 말하게 된다.
이 소설은 '베리코프'에 관한 이야기이고, 체호프는 상자 속에 갇힌 것 같은 인물을 효과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불킨은 '베리코프' 이야기를 하며 상자 속에 갇혀 사는 듯한 그를 우습게 그려내지만, 이야기를 듣던 이반은 우리네 삶 또한 마찬가지 아니냐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한다. 하지반 불킨은 잠에 빠져들고 만다.
-소설의 구조-
1. 인물의 소개(이반과 불킨의 직업(수의사와 중등교사)과 지금 있는 곳(프로코피 이장의 헛간), 무엇을 하기 위해 있는지(사냥을 나왔다가 하룻밤을 보내는 중)를 한다.
2.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장의 아내(마브라)가 고향을 떠나지도 않고 밤에만 돌아다닌다고 이야기를 한다.
3. 불킨이 흔한 경우라며 '베리코프' 이야기를 시작한다.
4. '베리코프'의 끝없는 걱정과 결벽에 대한 이야기이다.
5. 이반은 나름 공감하며 이야기를 듣는다.
6. '베리코프'의 결혼할 뻔한 이야기를 하며 '바렌카'와 '코발렌코' 이야기를 한다.
7. 이야기를 마치고 고요한 새벽의 풍경을 묘사한다.
8. 그리고 나서 이반이 '베리코프'의 삶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격분한다.
7번에서 고요한 풍경을 묘사함으로써 8번의 이반의 생각이 더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
-상자 속의 사나이에 관해 표현한 내용-
*결혼 이야기 전
그리스어 선생, 솜을 넣은 외투, 방수 덧신, 우산,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방어막, 이를테면 상자, 나약함, 현실 도피 성향, 금지한다는 공고나 신문 기사, 특유의 자잘한 걱정과 의심과 상상력, 파리한 얼굴, 땅이 꺼지게 한숨, 동료 교사의 집을 방문하여 말없이 앉아 있다가 가는 습관, 아무일없어야할텐데 탄식, 기름기 없는 재계 음식, 예순에 가까운 미련한 주정뱅이 영감을 요리사로 씀, 침대에 휘장, 잠잘 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는 것, 영감이 자신을 해칠거라는 생각, 도둑이 들지는 않을까 걱정, 밤새 악몽, 울적하고 창백한 얼굴
*결혼 이야기 후
결혼은 중요한 결정, 책임과 의무, 청혼을 못하고 날짜를 끌음, 자전거 타는 남매, 우스꽝 스러운 그림, 한 번 안된다고 정해진 일은 안 되는 것, 신중하게 처신, 상부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 교장에게 보고, 웃음거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목과 두 다리가 부러지는 편, 염려증, 관 속에서 편안하고 행복해 보임,
-음미 할만한 문장-
*세상에는 꿀벌이나 달팽이처럼 천성이 고독하고 그저 자기 껍질 속으로만 들어가려는 사람이 적지 않죠.
-29쪽
*달 밝은 밤에 넓은 마을길과 농가들, 건초더미, 잠든 버드나무 등을 바라보면 마음도 고요해지는 법이다. 그 평화로운 어둠의 장막 속에 고통이나 근심, 슬픔은 모두 가려지고 세상은 온통 편안하고 구슬프게 아름다운 곳으로 변모한다. 별빛도 감동한 듯 다정하게 빛나고 모든 악의와 미움이 사라진 땅은 그저 평화롭다.
-55쪽
*우리가 이 숨막히는 도시에서 살면서 아무 짝에도 필요 없는 서류를 작성하거나 카드 놀이를 하는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상자 속 생활과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할 일 없는 사람들, 툭하면 시비나 거는 사람들, 멍청하고 게으른 부인네들 틈에서 평생을 살면서 시시한 소리나 주고받는 것은 어떤가요?
-57쪽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결국엔 그런 거짓을 참아내는 바보 멍청이라고 놀림을 당하게 되죠. 모욕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자기는 성실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주장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미소를 짓는 그런 행동은 결국 한 조각의 빵과 따뜻한 잠자리, 아무 가치도 없는 지위 때문이 아니겠어요.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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