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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체호프 단편, 「반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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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짤막한 소설은 반전 소설이다. 아주 짧은 분량의 소설임에도 책을 읽는 독자에게 주는 충격은 꽤나 상당하다. 이 소설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설의 구조-


1. 반카는 9살 짜리 소년이고, 제화공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2. 성탄 미사에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3.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그의 두 개 '카슈탄카'와 '미꾸라기'의 일화를 소개한다.

4. 제화공의 집에서 학대를 당한다는 내용을 편지에 적는다.

5. 소년은 할아버지의 주소를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라고 써 우체통에 넣는다.

6. 소년은 할아버지가 편지를 읽는 꿈을 꾼다.


*제화공 : 구두 따위의 신을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이 소설은 1~3번까지 아주 따뜻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성탄절 미사라는 단어가 주는 사랑과 관용, 베품의 이미지와 시골의 할아버지가 키우는 개에 관한 일화는 반카를 추억에 잠기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따뜻한 분위기는 4번의 내용에서 급격하게 반전된다. 소년은 사실 제화공의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타와 심부름, 가혹한 처지 등이 소년의 편지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소년은 편지에 정확한 주소를 적어야한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순박한데, 여기에서 아이러니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소년은 절망하기보다는 편지를 읽는 꿈(희망)을 꾸며 소설은 맺어진다.




-음미 할만한 문장-


  '어두운 밤에도 하얀 지붕과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 서리 내린 은빛 나무들 그리고 눈더미까지 모두 훤히 보인다. 하늘은 즐겁게 반작이는 별들로 가득하고 은하수는 성탄을 맞아 눈으로 적셔 닦아낸 것처럼 그렇게 선명할 거야.'

 -11쪽



  반카는 편지를 반으로 접어 전날 사놓은 봉투에 넣었다. 잠시 궁리를 하다가 펜에 잉크를 적셔 주소를 썼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생각을 하더니 '콘스탄틴 마카르이치'라고 덧붙였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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