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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포크너 단편, 「에밀리에게 장미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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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슨 가(家)의 유일한 후손 '에밀리'가 죽자,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집으로 조문을 간다. 마을이 발전하면서 모습을 바뀌는 동안에도 그녀의 집은 변하지 않고 마을에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이는 '에밀리'의 성격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물론, 그녀가 수년간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사건이나 플롯이 특별할 건 없지만, 철저하게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되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의 전개를 비틀었다는 점 등을 눈여겨 볼만하다.



1. 3인칭 관찰자 시점

  인물의 내면을 서술하지 않고,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을 '카메라'로 보는듯이 전달하기만 하는 기법으로, 이 소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법이다. 카메라의 눈은 마을 사람들에게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들어가보지 못한 에밀리의 집을 그저 바라본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설의 시점은 마을 사람들이 에밀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전개되는데, 당연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에밀리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외양, 태도, 표정, 일화 등으로 그녀의 속마음을 추측하고, 묘사하게 되는 것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초점 화자가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을 소설이 요소로 선택할 때 가장 극적 효과를 드러내는 것 같다. 


2. 시간의 비틈

  이 소설은 에밀리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사건이 바로 과거로 전개된다. 40년전이었던가? 그 뒤로 현재(에밀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이어져오던 과거 시간이 현재와 맞닿고, 그 뒤로는 에밀리의 집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그녀의 애인이 독살되어 있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소설은 끝맺게 된다.


3. 에밀리에 대하여

  이 소설은 에밀리에 대한 소설인데, 그녀는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안주하는, 현재에 안주하는 인물상의 전형으로 그린 것 같다. 세금을 내라고 날라온 고지서에 우리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고지서를 그대로 돌려보내는 것이나, 자신의 애인을 독살해 방안에 그대로 보존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런 에밀리에게 장미를 바친다고 했지만, 에밀리는 불쌍하고 안타까운 존재라기보다 스스로 그것을 포기한 인물로 보아야 마땅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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