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라는 분명히 매력적인 장르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랑과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잘 엮어 만든 웰메이드 로코는 오래오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하긴 로맨틱 코미디뿐만이 그렇겠는가. 생각해보니 잘 만든 영화라면 장르 불문하고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겠다.
가끔씩 아무런 생각없이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로코를 아주 가끔씩 찾는다. 러브, 어게인도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영화. 사실 이 영화에 특별한 의미를 찾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여지는 별로 많지는 않다. 그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 사이의 미묘한 썸과 사랑을 그려내는 방식이 관객을 얼마나 간질이는지가 중요할 뿐.
사실 그런 면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다. 플롯이랄것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이혼을 앞둔 전남편이 질투심에 불타 다시 잘해보자며 찾아오는 것도, 남편과 그들이 마찰을 일으키고 결국 여주인공의 감정적인 결정으로 그들을 내쫓게 되고, 결국 다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 여주인공이 그들을 찾아가 화해에 이른다는 과정 또한 상투적이고 뻔하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 해소가 너무도 쉽게 이루어진다. 그런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데 그러면 뭐 어떠한가? 로맨틱 코미디인데.
어찌됐건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로맨틱 코미디의 파워는 여자 주인공에게서 나온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영화 설정상 마흔살의 여자 주인공과 스물일곱여덟의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가 펼쳐지지만, 이 영화는 마흔살 여자 주인공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얼굴에 짙은 주름들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그 주름이 어색하지 않도록 더 해맑게 웃는 여자 주인공. 감추고 있던 자신의 감정을 술 몇 잔 마시고 털어낼 때의 귀여움 따위가 이 영화의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그런 반면에 남자 주인공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남자 주인공이 무리로(?) 셋이나 등장하기 때문에 이들 각자의 이야기를 하느라 정작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할 해리에 대한 이야기나 캐릭터가 많이 미흡했다. 그냥 젠틀하고 영화에 열정이 가득한 잘생긴 청년이라는 것. 그 외에 그가 가진 매력이 무엇이 드러났나 싶다. 오히려 해리보다는 작가로 나오는 조지 역을 맡은 배우가 더 눈에 들어왔다. 외모가 아니라 그가 가진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잘 살아났다는 뜻이다.
앞서 밝혔듯이 생각없이 봤기에 별로 할 말도 없다. 그냥저냥 볼만했던 영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굳이 2시간을 투자하여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할만한 정도의 영화는 아니라는 마로 평을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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