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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120224]남인숙-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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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듯 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남녀. 그들을 코믹하게 비교하는 tvN의 '남녀탐구생활'이 히트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과 그 차이점을 우리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필두로 각종 포털사이트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남녀를 비교하는 글들. 남자로서 여자를 안다는 것, 여자로서 남자를 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지어낸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를 통해 남자를 설명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일단 가볍다. 어렵고 심오한 내용이 없어서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그래서일까. 만들어진 에피소드들이 너무 단순하고 그걸 설명하는 저자의 말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남자는 TV를 보면서 자신을 부르는 여자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뇌의 왼쪽과 오른쪽을 연결하는 부분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쉽게 읽어가면 그럴 수 있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말이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남자는 모두다 그런가? 반면 여자는 TV를 보는 도중에도 말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것인가? TV를 보면서 대답하는 것하고 뇌의 왼쪽과 오른쪽을 연결하는 부분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등등의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보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자네 집에 어렸을 때 사과나무 있었지?" 그렇다면 우리의 대답은 2가지로 나눠진다. 예와 아니오. 예라고 하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자네가 그래서 이렇군." 아니오라고 하면 "있었으면 큰일날뻔 했어."라는 식의 대응. 물론 극단적인 경우이겠지만(실제로는 더 교묘하게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10번을 던져서 중요한 것 1~2가지만 맞춘다고 해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성공이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서 "그 점쟁이가 진짜 용하기는 용해."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한발만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정말 그 점쟁이가 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조금이라도 인생을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남녀의 차이점들이 있다. 남자는 기계를 좋아하고 여자는 의류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들(항상 그렇지만 물론 100% 맞진 않다.). 그런 자잘한 내용들을 이 책은 '남자는 남성성에 목숨을 건다.'라는 대명제 하나로 이해하려고 든다. 남자가 기계를 좋아하는 것도 남자답기 위한 것이고, 남자가 울지 않는 것도 남자답기 위한 것이고, 남자가 집안인을 안 돕는 것도 남자답기 위한 것이고, 남자가 친구에 목숨을 거는 것도 남자답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언급한 TV를 볼 때 말을 못 듣는 행동처럼 남자답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이 안 되는 내용들은 두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일축해버린다. 저자가 말한 내용들 가운데에는 맞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중의 몇가지만을 강하게 받아들이고 "맞아맞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맞지 않는 내용들도 "그럴 것이야"라고 생각을 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가장 좋은 활용법은 그냥 재미로 가볍게 읽고, 그 후에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물론 그들을 비슷한 사람들끼리 분류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왔기에 오늘날 혈액형 이론이나 남녀를 구분짓는 내용들이 생겨났지만 사실 난 이런 것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구분되어지면 그곳에서 벗어난 것들은 모두 틀린 것이 되고 이단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이런 남녀의 차이를 설명하는 좋은 책들을 많이 읽는 것! 이라기보다는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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