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를 다 읽었다. 화요일에 빌려서 하루 이틀 안 읽은 것 같으니 약 4일만에 다 읽은 셈인가? 사실 이 작품은 지금의 김연수를 만들어 주었다는 '굳빠이이상'보다도 훨씬 더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의 등단작이기 때문이다. 김연수처럼 글을 잘 쓰는 작가는 과연 23살에 어떤 작품을 써서 등단을 했을까?라는 원초적인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을 다 읽은 지금 너무 혼란스럽다.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조종하려고 하는 세력들과 그에 맞서는 주인공(맞선다기보다 끌려다니는)을 통해서 다양한 이념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각종 전문적인 견해들을 늘어놓는 이 소설은... 정말 23살이 쓴 소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라고 하기에 나의 역사학적, 인문학적 소질과 지식이 너무도 형편없는 것일테지 ㅜ.ㅜ)
김연수가 자기의 등단작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로는
1. 나는 그걸 누군가가 돈을 주고 사서 읽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2. 방위병 생활 중 삽질을 하면서 틈틈이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다.
라는 소리를 듣고, 어떤 소설일까? 가벼운 것일까? 생각했는데... 왠걸, 어려운 말들이 그득하다 ㅠ 나는 이해조차 안 될정도로.. 그가 부끄러운듯 부족한듯 말한 작품이 이 정도 수준에 이른다면 그가 이 작품에 대해서 했던 말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게 옳을듯 싶다. 아니 거짓이라기보다 엄살이었다고. '뉴욕제과점'에 나오는대로 모더니즘 기법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모더니즘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말할 정도의 강단이 있는 그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그의 성격이 느껴진다. 지금에 와서 약한 소리는 하는 것은 지금에서 바라봤을때 철없던 그 당시의 모습과 부족한 글귀를 보고 엄살을 부리는 것이 분명하다.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들이 살아온 세대를 알지 못한다. 70년대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무엇이 그를 그렇게 현실세계의 이념에 관한 깊은 고찰이 바탕이 되는 그 소설을 쓰도록 만든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개인적인 성향에 불과한 것인가.
손이 가는대로 재미있게 썼다는 그의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처음에는 재미있었겠지만 그 후로는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썼음이 틀림없다. 나는 그의 약한 소리에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결코 쉬운 일이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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