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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120813]귀스타브 플로베르-마담 보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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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나는 고전이라고 하면 일단 물음표(?)를 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 명성에 비해 막상 읽어보면 별로인 작품이 많기 때문인데,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했다. 책을 읽어가면서 역시나 지루하다고 생각했다.ㅠㅠ 1부를 읽으면서 느린 전개와 조금은 어려운 문장들을 읽으면서 역시 이 고전도 어렵구나. 나는 이해를 못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2부로 넘어가면서 이 책은 급속도로 재미지게 변한다.ㅋ

 

  줄거리는 다들 아시다시피 다음과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1. 샤를 보바리와 엠마가 결혼을 한다.

  2. 엠마 보바리는 레옹과 로돌프와 바람이 난다.

  3. 집안은 망하고 엠마와 보바리는 목숨을 잃는다.

 

  자칫 뻔하기 쉬운 스토리를 플로베르는 지루하지 않게 잘 엮어낸것 같다. 뒤에 해설에 보면 이 소설을 완성하는데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고,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 곳곳에 '나는 이 소설 때문에 정말 미쳐버릴 것 같소.'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이 소설을 완성시켰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바람을 피는 엠마에 대한 비난보다는 무심한 보바리씨에게 비난을 하고 싶어진다. 이 무심한 남자는 자신의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도 전혀 관심이 없다. 샤를 보바리는 엠마와 레옹이 플라토닉한 사랑을 할 때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또한 레옹이 용빌을 떠나면서 병이 난 엠마가 새롭게 찾아온 로돌프와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 말을 타고 산책을 나가는 것을 허락한다. 게다가 나중에 루앙에서 만난 레옹과 엠마의 밀회를 허락이라도 하듯이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도 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무심한 남자가 얼마나 멍청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지다.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두 명의 남정네와 바람을 피는 엠마의 모습을 보면 보바리가 자칫 불쌍해보이기도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장면을 보면 그에 대한 동정심은 싹 가실 것이다. 엠마가 죽은 후에 보바리는 다락방에서 엠마의 연애편지를 모아놓은 상자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그 편지를 읽으며 한다는 소리가 고작 '그 둘이 플라토닉한 사랑을 했는가보군!'이라고 말하는 보바리.. 이런 그를 동정해야 하나, 정말 이렇게도 무심할 수가 있을까!

 

  엠마가 두명의 남정네와 밀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뭐랄까.. 보바리와의 결혼으로 인해 그녀의 앞에 어떠한 희망과 변화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죽어버린 삶을 살아야만 하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그녀에게 살아있는 새로운 삶을 부여할 통로로서의 연애에 매달리지 않았나싶다.


 



  엠마와 보바리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야기의 초반에 보바리는 뒤뷔크 부인과 결혼을 한다. 그녀는 결혼을 하자마자 보바리의 바가지를 박박 긁어댄다. 또한 보바리는 베르크에 있는 루오 영감의 집에 방문하면서 엠마를 만나고 그녀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이 더 진행되기 전에 뒤뷔크 부인이 죽음을 맞이한다. 부인이 물리적으로 죽은 후에 엠마와 결혼하는 보바리... 그리고 물리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상태와 다름없는 보바리와 결혼생활을 하는 엠마... 누가 누구를 탓할수는 없는 그런 상황이 아닐까.

 

  내가 그 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여성의 간통이라는 주제는 충분히 흥미롭다. 플로베르는 이 간통이라는 주제를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같은 사람으로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충분히 쇼킹하고 재밌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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