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신작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내 일이었다.)
왠지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그간의 그의 소설과는 다르게 이번 신작은 술술 읽히는 맛이 일품이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가 짐더미에서 나온 어렸을 적 사진 한장으로 인해 진남으로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드러나는 복잡한 사건의 내막들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전작 원더보이에서 워낙 실망이 컸던 것인지, 이번 작품은 꽤 괜찮았다.
특별전을 포함해 총 4부로 구성된 작품은 카밀라, 정지은, 정지은의 친구들, 이희재의 시선으로 사건을 서술한다. 카밀라의 엄마찾기로 시작된 이 소설은 결국 엄마는 못 찾고 아빠를 찾으면서 끝이 난다. 하지만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의 중심은 카밀라가 아니라 타워크레인에 정지은의 아버지가 올라탄 그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좀 더 생각하면 부당한 노동조건이 문제였으며, 더욱 이 전에 이선호 일가가 조선소를 사들인 것, 더 거슬러 올라가면 2차 세계대전이 나오겠지만 그것들을 모두 거슬러 올라갈 순 없으므로)
그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사장이 부당한 노동조건으로 혹사하지 않았더라면, 사장 일가가 조선소를 매입하지 않았더라면, 미옥이의 아버지가 불에 타 죽지 않았더라면, 정지은이 고독하지 않았더라면, 양관에 앨리스가 묻히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더라면' 중 하나라도 일어났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그런 이야기. "그런 면에서 우리의 삶은 모두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연수라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을테지.
작품을 읽고보니 왠지 애잔한 느낌이 많이 든다. 사람 사이에 넘지 못할 심연이 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세상은 이해받을 수 없는 일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날개가 있으므로 그 심연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현재 하늘을 날고 있으므로, 날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행할 수 있으므로,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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