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애국심,덕,지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도 개선된다. 그러나 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정부가 민주화될수록 사회는 오히려 악화된다. 부패한 민주 정부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가 나가면 더 악한 자가 들어선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점차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나긴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되면서, 자유롭던 민족이 노예 상태로 전락한다. 가장 미천한 지위의 인간이 부패를 통해 부와 권력에 올라서는 모습을 늘 보게 되는 곳에서는, 부패를 묵인하다가 급기야 부패를 부러워하게 된다. 부패한 민주 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생명은 죽고 송장만 남으며 나라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삽에 의해 땅에 묻혀 사라지고 만다.
Progress and Poverty. 531~533p
지대는 과거의 생산물이 아니라 현재의 생산물에서 징수된다. 지대는 노동에 대한 항상적이고 연속적인 부담이다. 인간이 노동을 하는 모든 순간마다 지대가 빠져나간다. 노동자가 망치질을 할 때마다, 농부가 수확물을 딸 때마다, 베틀의 북을 움직일 때마다, 증기기관이 고동칠 때마다, 지대가 부과된다. 지대는 깊은 지하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에게도, 배를 타고 세찬 파도와 싸우며 일하는 사람에게도 부과된다. 지대는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서 온기를, 배고픈 사람에게서 음식을, 병자에게서 약품을, 두려움에 떠는 사람에게서 평온을 빼앗는다. 지대는 인간을 비참하게 한다. 지대는 열 식구가 지저분한 단칸방에서 살도록 만든다. 지대는 유망한 젊은이를 감옥이나 보호감호소로 갈 후보자로 만든다. 매서운 겨울이 이리를 마을로 몰아넣듯이 지대는 탐욕과 죄악을 사회에 퍼뜨린다. 지대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믿음을 흐리게 하며 힘들고 어둡고 잔인한 운명의 장막으로 정의롭고 자비로운 창조주의 영상을 가린다. 지대의 사유화는 과거에 있었던 강도질일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자행되는 강도질이며,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어린이들의 타고난 권리를 빼앗는 강도질이다.
Progress and Poverty. 364~365p
내가 밝히려고 했던 그 진리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그게 쉬울 것 같으면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여졌을 것이며, 결코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분투하고 고난을 감수하며 필요하다면 죽기까지 할 진리의 벗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리의 힘이다.
Progress and Poverty. 364~365p
책을 읽으면서 유시민이 하는 말보다, 원작자가 하는 말이 더 기다려졌던 장이었다.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는 벌써부터 100여년 전에 토지의 사유화를 걱정했다. 헨리 조지의 사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토지는 우리가 신으로부터 공평하게 권리를 분배받은 것이므로 그 땅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먼저 살았다고 해서 그 땅의 사용료(지대)를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라는 것이다. 백여년 전의 사람이 벌써 이런 것을 예측하고, 책을 내고, 이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뉴욕 시장에 출마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기만 하다.
토지의 소유에 대한 조지의 생각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만들어낸 소유라는 관념이 물질을 넘어서서 땅, 하늘과 바다까지, 최근에는 지식이라는 분야까지 장악한 것을 보면 정말 어디부터가 내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어디부터가 내 것이라고 하면 안되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지는 토지가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땅을 몰수하여 국유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땅에서 얻어내는 지대를 개인적인 부의 축적 수단으로 사용하면 안된다고 말을 한 것이다. 조지는 소득세 등 기타 세금을 모두 폐지하고 땅을 소유해서 불로소득을 받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자고 주장을 했다. 얼마나 이상적인 제안인가ㅋ
다시 현실로 한 발 들어가서 생각해보면 참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하기에 사회구조와 경제구조는 너무 복잡해졌다. 단순히 조지의 이론만을 그대로 좇는다면 오른쪽과 왼쪽 모두에게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조지의 생각을 바탕으로 좀 더 정교한 세공을 가한다면 틀림없이 매력적인 이론이 탄생할 것이다. 그 이론을 잘 적용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일한만큼 소득을 올릴 것이며 땅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만히 앉아서 부자가 되는 사회는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잘못 생각하면 공산주의를 펼치자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공산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조지는 재산의 사유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를 소유함으로써 받게되는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만큼... 하지만 조지는 책의 말미에 위의 세번째 인용문과 같은 말을 남긴다. 그처럼 도달하기 어렵기에 조지의 이론이 빛을 발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조지는 정말 굳은 의지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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