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소설의 장르다.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는 소설 속에 벌어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힌트들을 찾고 그것을 통해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면서 책을 읽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책 전반에 흩어진 힌트들을 모아가면서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독자들을 단박에 좌절시켜버리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중요한 단서라고 믿었던 노노구치의 수기가 알고보니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밝혀졌을 때 독자들은 혼돈에 빠진다.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고? 그럼 진실은 뭘까?
그리고 서술되는 진실들. 이 모든 것은 창작의 한계에 부딪친 히다카의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에 괴로워하던 노노구치의 충동적 살인이었다.는 내용으로 진실이 펼쳐진다. 그리고 속속들이 드러나는 사건의 단서와 정황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두번째 진실(이라고 믿었던 상황)조차도 가가 형사에 의해 거짓으로 밝혀진다. 독자는 이 사실에 또 한번 충격을 받는다.
결국 최종적인 진실은 이 살인 사건은 노노구치의 치밀한 계획적 범행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살해 동기는 히다카에 대한 단순하고도 맹목적인 '악의'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두 번에 걸친 반전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사실상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전개를 미리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독자가 이야기 속의 가가 형사는 아니기에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들만을 확인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건의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했던 노노구치의 수기가 무언가 말이 안되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작가의 의도적인 서술이었다고 후기에 밝혀지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로 유명하지만, 내가 그동안 이런 소설들을 마음 속 깊이 인정하지 않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신나게 읽히긴 하지만 읽고나면 뭔가 아쉽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여전히 이야기의 '재미'를 따졌을 때에는 손에 꼽을만한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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