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심각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원치 않으면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인디언 섬에 초대된 10명의 사람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10명이 인디언 섬이 초대된다. 그들의 공통점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죽였거나,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있음에도 그것을 방조했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한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죄를 숨기며 살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범인은 이들을 인디언 섬으로 불러모은다. 범인은 어릴적부터 유명했던 동요의 노랫말 가사에 따라 이들을 하나씩 살해한다.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한 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 명이 되었다. 한 명이 거기에 남아서 일곱 명이 되었다. 한 명이 자기를 둘로 잘러 여섯 명이 되었다. 한 명이 벌에 쏘여서 다섯 명이 되었다. 한 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 명이 되었다. 한 명이 훈제된 청어에 먹혀서 세 명이 되었다. 한 명이 큰 곰에게 잡혀서 두 명이 되었다. 한 명이 햇빛에 타서 한 명이 되었다. 한 명의 인디언 소년이 혼자 남았다. 그가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P38 |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영문도 모른채 각각의 이유로 섬에 초대된 이들은 노랫말 가사에 따라 한 명씩 살해되고, 응접실 위에 놓인 인디언 인형은 그럴 때마다 하나씩 줄어든다. 10명의 사람들은 다음이 자신의 차례가 아닐까 두려움에 떨며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이들은 신경이 날카로워 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범인이라고 의심한다.
'우리들 중 하나가... 우리들 중 하나가... 우리들 중 하나가...' 이 세 마디 말이 끝없이 반복되며 잔뜩 긴장해 있는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다섯 사람들ㅡ다섯 명의 놀란 사람들. 이 다섯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긴장된 상태를 거의 감추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제 가식은 거의 없었다ㅡ그 어떤 형식적인 대화도 없었다. 그들은 자기 보호라는 본능에 의해서 묶여진 다섯 명의 적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갑자기 비인간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짐승 같은 모습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P189 |
죽음의 공포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이 택한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의심하고 조심하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계획 살인은 범인의 의도대로 일어난다. 마치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And Then There Were None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기형 옮김
밝혀지는 전말, 충격적인 반전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범인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은 이 10명 안에 있을까? 아니면 이들을 초대한 '오언'이라는 제3의 인물일까?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기로는 최후의 2인으로 살아남은 베라 클레이슨과 필립 롬바드 중에 1명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둘 중 평소에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는 베라의 소행이 아닐까 했지만. (실제로 그녀는 최후에 살아남는 1인이 되지만 환각을 보고 저택에 목을 매달고 자살하고 만다.) 유리병에 담겨져 떠내려온 양피지를 어느 선장이 주우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추리소설. 과히 애거서 크리스티를 추리소설의 거장이라고 불릴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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