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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물들다/중용, 인간의 맛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중용, 인간의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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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꼼수를 듣지 못했다. 아니 듣지 못했다기보다 듣지 않았다.

나꼼수는 처음 1회를 이명박 대통령의 비리와 관련한 BBK 사건의 전말을 드러내면서 시작했다. 당시로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나는 정말 망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김경준을 미국으로 추방하기 위해서 은밀히 법을 바꾸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대선에서 BBK와 관련해서 큰 리스크를 안게 된 이명박 대통령은 김경준이 일단 모든걸 떠안고 가는 것을 요구하면서 그에게 나중에 잘되게 해줄것을 약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의 일환으로 집권을 하자마자 법 개정을 위한 비밀논의를 시작하였고 그것이 3년이라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에... 그 방법의 꼼꼼함과 은밀함보다도 3년이라는 긴 안목을 가지고 일을 진행해왔다는 사실에 무엇보다 놀랐다. 김어준의 말처럼 정말 불법은 성실하다.

 

그렇게 시작된 나꼼수는 회가 거듭되자 어느 순간 추진력이 떨어지는 듯 보였다. 초반의 몇회를 이명박 대통령과 또는 한나라당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몇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니, 나중에 가서는 웃고 떠드는 시간이 많아지고, 또한 정봉주 前 17대 의원의 자기 홍보에 집중되는 감이 있었다. 물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웃고 떠들면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나꼼수에게 기대했던 것은 평소에 내가 몰랐던 정치계의 이야기나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였다. 일단 그렇게 생각이 들어버리자 나꼼수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에 가까운 그 이야기들을 노래듣듯이 다른 일하면서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중을 해서 들어야하는데 그 아까운 시간동안 웃고 떠드는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이 들었고, 나는 나꼼수 정주행을 일시정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정봉주 前 의원이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나오면서 다시 인터넷에 나꼼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사실 계속 열풍이었겠지만 인터넷을 접할 기회가 조금은 제한되어 있는 나로서는 오랜만에 맞이한 나꼼수 바람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동안 듣지 않았던 횟수가 어마어마하게 누적되었다. 그래서 정주행을 포기하고 뒤에서부터 듣는 역주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뒤에서부터 듣는 나꼼수는 정.말. 좋았다. 아직 다 듣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들은 것 중에 정말 좋앗던 것은 26회 도올 선생님 특집과 27회 떨거지 특집이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중용, 인간의 맛">

 

사실 내가 인터넷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제약되다보니 도올 선생님과 관련해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도 잘 몰랐다. 당시 EBS에서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을때 선생님이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했을지 생각하면 공영방송 또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 억울하고 안타깝다. 물론 지금은 다시 강의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시니까 정말 다행이다.

 

나꼼수 26회는 정말 시끄럽고 수다스럽고 시도때도 없이 깔때기 꽂아대는 통제불능 4인방의 비중이 전.혀. 없었다. 이 26회는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특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선생님의 주옥같은 (나꼼수의 줙같은 아님ㅋㅋ) 말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나꼼수 4인방은 뭐라고 끼어들지도 못한 채 선생님의 말을 경청했고 나 또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감탄하고 있었다. 사실 난 도올 선생님이 좋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사실만 알지 그 분의 활동이나 개인적인 내용에 관한 것은 전무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26회를 듣고 선생님의 팬이 되어버렸다. 팬이라기보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꼭 챙겨서 듣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선생님이 EBS에서 강의하고 계신다는 "중용, 인간의 맛" 36강 강의를 정말 놓치지 않고 챙겨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는 강의를 들은 후기나 요약 같은 것을 올려야겠다.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한 것으로서 말이다.

 

도올 선생님이 나꼼수에서 하셨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것 몇가지를 적으며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1. "이도저도 아니면 회색분자지 그게" : 사실 나는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택할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양쪽의 기회를 보다가 유리한 쪽에 붙어 먹겠다는 기회주의자적인 입장은 아니다. 나는 어떤 사안에 대한 나의 입장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내가 그것에 대한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전제되어야만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찬성과 반대를 표현해야할 상황이 다가오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생각을 할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준비된 시간에 시작되는 토론이야 다르겠지만 일상생활은 그게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나 고쳐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앞으로 도올 선생님이 말하는 '중용'이라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패잔병들이 계급장 치렁치렁 달고 개선장군인 것처럼 앉아있더라." :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군당국의 발표 태도를 지적하는 모습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3. "실천이 동반되지 않는 학문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문화일보인가 어디 기자로 활동하시던 시절을 이야기하시며 철학가이며 사상가로서 명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유리되지 않고 항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신다는 그 모습에서 정말 기존의 다른 분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써놓고 보니 횡설수설이다만 이 카테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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