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영화이니,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세븐. 지금봐도 명작이라고 손꼽을만한 작품임은 틀림없다. 7가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를 잡기 위한 두 형사의 이야기. 음침하고 어두운 느낌을 잘 표현했고 마지막 내용도 아주 훌륭했다. 이런 범죄/스릴러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감정이 없는 인간(사이코패스)이다. 오히려 귀신 영화는 깜짝 놀라긴 하지만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사람이 나와 잔악한 짓을 저지르는 영화를 보면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내 주변에도 저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혹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존 도우(케빈 스페이시)는 7가지 죄악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지만 그는 결국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탐식(비만인), 탐욕(변호사), 나태(마약상), 성욕(매춘부), 자만심(모델) 그리고 최후에 시기(존 도우)의 죄를 짓는 사람까지 살해하지만, 분노(밀스)의 죄를 짓는 밀스를 결국은 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어거지이려나? 밀스는 자신이 지은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겠지만, 영화 속에서 존 도우가 말한 것처럼 그는 오래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아내를 살해한 살인범을 향해 총을 겨누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 그런 그가 내 뱉을 수 있었던 말은 'oh god'이 전부였다. 소머셋(모건 프리먼)은 밀스가 방아쇠를 당기면 존 도우에게 지는 것이라며 밀스를 말린다. 밀스의 저 표정은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일까? 나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갑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소머셋은 그 순간에도 저러한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겠지만, 열혈남아인 밀스의 머리에는 오로지 살인범을 향한 분노만이 가득했을 것이다. 밀스가 오열하는 장면은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에 대한 고민의 오열이 아니라,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고통의 오열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마지막은 "해밍웨이는 말했죠. 이 세상은 아름답고, 싸워볼 가치가 있다고. 전적으로 후자에 동의합니다."라는 나레이션으로 끝난다. 영어로는 "The world is a fine place and worth fighting for. I agree with the second part."라는 부분인데. 이 싸워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것인지, 본인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다들 이 대사를 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는데, 나는 저 문장보다 방아쇠를 당기기전 밀스의 'oh'라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
-감독 : 데이빗 핀쳐
-주연 :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기네스 팰트로우, 케빈 스페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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