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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이미지의 세상을 살며. 앞으론 속지 말자. 1. 강렬한 이미지의 세상 오늘날 우리는 이미지의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보통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아주 강렬한 이미지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주춧돌은 TV이다. 쉴새없이 화면이 바뀌며 현란한 영상을 뿜어대고 적재적소에 터지는 음향과 함께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한번 TV에 빠지면 자리에서 일어날만한 특별한 이유나 의지 없이는 하루 종일 TV만 보고 있기도 일쑤이다. 뭐 그런데, TV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 하는 것일테지만 여기에선 단점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것도 TV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대해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TV라는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사람들에 대한 거짓이미지에 대해서. 2. 예능이라는 이름의 ..
가볍게 즐기는 로코 「러브, 어게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분명히 매력적인 장르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랑과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잘 엮어 만든 웰메이드 로코는 오래오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하긴 로맨틱 코미디뿐만이 그렇겠는가. 생각해보니 잘 만든 영화라면 장르 불문하고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겠다. 가끔씩 아무런 생각없이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로코를 아주 가끔씩 찾는다. 러브, 어게인도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영화. 사실 이 영화에 특별한 의미를 찾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여지는 별로 많지는 않다. 그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 사이의 미묘한 썸과 사랑을 그려내는 방식이 관객을 얼마나 간질이는지가 중요할 뿐. 사실 그런 면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그..
죽음 뒤에 남겨진 책임의 문제 「죄 많은 소녀」 감상평 한 여고생(경민)이 다리 위에서 투신 자살했다. 그러자 남겨진 사람들은 그제서야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찾기 시작한다. "대체 이 아이를 죽게 만든 사람이 누구야?"라고. 그녀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절대 자신이 아니라며 회피하기 급급하다. 하지만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을 함께 했던 또 한 명의 여고생(전여빈, 영희)은 주위의 냉담한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다. 영희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사실일까? 과연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죄값을 치를 이는 누구일까? 영화 죄 많은 소녀의 영어 제목은 After My Death이다. 때로는 한글 제목보다 영어 제목을 보는 것이 핵심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이 영화의 경우도 그렇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의 제목은 "..
당당위 시위 실패로 본 인터넷 여론의 한계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하자. 나는 남자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먼저 꺼내고 시작하냐면 요즘 우리 사회의 큰 이슈 중 하나인 젠더 문제에 대해 쓰기 위해서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자 또는 여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젠더 이슈에 있어서는 누구나가 적어도 한 쪽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요즘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고, 여성들이 억압과 차별을 받아왔다는 그녀들의 의견에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남자인 내가 그녀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어려움을 어찌 고스란히 알 수 있겠는가? 그들이 내는 목소리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면서도, 그녀들이 간혹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나 인터뷰를 할 때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그녀들은 자신들의 ..
김연수 단편, 「깊은 밤, 기린의 말」감상평 [김연수 단편] - 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2010 가을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이 소설이 '문학의문학'에 실렸을 때쯤에 한 번 읽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부모와 쌍둥이, 자폐아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감상이나 느낌을 받았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얼핏 보인다. 소설은 부모와 쌍둥이(나, 진희), 자폐아(태호)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화자는 '등장인물-나'로서 쌍둥이 중 첫째언니인 '나'의 시선을 진행된다. 태호가 서너살로 보이는 점, 그리고 쌍둥이의 말과 생각으로 짐작하건대 화자의 연령은 7~9세쯤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이 소설이 어린 화자를 내세움으로써 얻은 효과가 상당해보인다. 그..
존 치버 단편, 「헤엄치는 사람」감상평 존 치버의 단편, 「헤엄치는 사람」을 읽었다. 소설을 잘 모르지만, "존 치버"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공부를 얼마 하지도 않은 내가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 정도라면 그가 꽤나 유명한 소설가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 그의 작품도 "헤엄치는 사람"이 처음이다. 그것도 뒤늦게서야 듣게 된 2016년에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존 치버의 소설을 추천하는 걸 듣고나서 읽게 된 것이다. 소설은 읽는 사람마다 뭔가를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 그 어떤 느낌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해석이나 설명이 아니라 간단한 감상평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설을 읽을 때, 스토리라인을 중요하..
체호프 단편, 「검은 수사」 분석 안톤 체호프 단편선이라는 책에서 「검은 수사」는 꽤나 긴 분량의 소설이다. 책의 절반 정도는 될까? 그리고 그 분량 못지 않게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또한 상당히 묵직하고 날카롭다. 그 질문의 화두는 '인간의 삶은 무엇일까?' 혹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다. 체호프는 코브린이라는 철학 박사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그가 보는 환영, 검은 수사(가톨릭에서 청빈, 정결, 순명을 서약하고 독신으로 수도하는 남자.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한다.)를 통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의 구조-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의 주요한 인물은 셋이다. 시골에서 큰 과수원을 운영하는 '페소츠키'라는 남자와 그녀의 딸 '타냐' 그리고 철학 박사 '코브린'이..
체호프 단편, 「기우」 분석 라는 단편 속에는 인간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무겁지 않게 잘 드러나 있다.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고, 측량기사를 초점화자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측량기사는 구획선 정리를 의뢰받고 어느 지역으로 향하는 중이다. 역에서 내려 그 지역까지 가기 위해 농부의 마차를 타게 되는데, 이 마차가 뭔가 심상찮다. 말은 왠지 힘이 없어보이고, 채찍을 네 번이나 맞아야 움직인다. 측량기사는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혹시나 농부가 자신을 해치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에 빠진다. 그때부터 이 측량기사는 자신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농부에게 드러낸다. 물론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개 이런 식이다. 자신의 품 안에는 권총이 있다. 덩치 큰 사람 세 명을 제압한 적도 있다 따위. 농부는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