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30) 썸네일형 리스트형 집게와 성경, 그리고 마음가짐 은행에서 볼 일을 다 마치고 나왔을 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은행이라는 사각의 건물에 들어가서 머물렀던 시간은 1시간 정도. 이미 도로는 1시간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버렸다. 단순하게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떨어진 눈이 바닥에 조금씩 쌓이고 있는 모습, 옷깃을 좀 더 단단히 여민 사람들, 그리고 푹 눌러쓴 후드에 눈이 쌓인채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까지, 그 곳은 내가 은행을 들어가기 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구나. 세상은 이렇게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는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나는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반대편의 빨간색 신호등을 보며, 그리고 건너편 차.. 내가 만약 외로울때면 임재범이 나가수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내가 만약 외로울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라며 독백하듯 내뱉을 때 내 눈가에도 눈물이 찔끔 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 눈가에 흐르던 눈물은 감동을 강요하는 나가수의 편집 실력에 내 감성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 아니요, 가슴을 파고드는 임재범의 어마어마한 노래 실력에 감동을 먹어서도 아니요, 그 뒤에 이어지는 '여러분'이라는 극적인 반전에 놀랐기 때문도 아니다. 나는 '외로움'이란 '위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고 그렇게 '찔끔' 눈물을 흘렸다. 아주 조금. 술과 게임으로 얼룩진 20대 초반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아니,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나를 포함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변했다. 없는 지갑에서 갹출해 산 소주 .. [120219]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됐다. 어린 아이였던 데미안이 성장하면서 겪는 내면의 고독과 갈등들이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데미안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물론 독해력과 문학적 소양의 부족 및 삶의 내공이 덜 쌓였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절반의 잘못을 조악한 번역가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이러한 무책임한 책임 전가를 이번에도 좀 해야만 하겠다. 내가 읽은 이 책은 1993년에 초판을 찍고 2001년에 중판 14쇄로 나온 책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집중도 잘 되지 않고 무엇보다 명확하지 않은 표현들 때문에 책을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다. 나는 몇번이나 책을 손에서 놓았다가 다시 잡아가면서 읽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표현들. '한스는 밀크.. [120212]기욤 뮈소-종이여자 -제발 괴로움을 핑계 삼아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짓 좀 그만둘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무기력의 사슬을 끊지 못하면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돼요. 하긴 새롭게 용기를 내는 것보다 서서히 자신을 파괴해가는 게 훨씬 쉬운 일이긴 하겠죠. -장 폴 사르트르의 움베르토 에코의 , 볼테르의 -글쓰기는 금욕주의적인 생활을 요구한다. 하루에 네 페이지씩 글을 쓰려면 나는 하루에 꼬박 열다섯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창작의 마술이나 나만의 비밀, 창작 비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과 접촉을 단절한 채 커피를 충분히 비축해 놓고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귀에 꽂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방법밖에 없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 넌 너 이상의 이상해.네가 미워졌어.요즘의 너에겐 너밖에 없나봐. 생각을 많이 해봤어.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혹시나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이젠 널 떼어내려 해.첫 만남의 순간도 떼어내고고백했던 그 순간도 떼어내고첫 여행, 첫 키스의 순간도 떼어내고우리가 설레이던 순간을 모두 떼어냈어.이제 남은 건 너 하나. 그런데너 하나가 왜 이리 떼어지지 않지.너와 함께한 순간들을 모두 떼어내면너도 그럴 줄 알았는데.그게 아닌가봐너는 그런 순간들이 아닌가봐. 네가 미워졌어.그런데 이상해.넌 이미 너 이상의 존재인가봐. [120209]양변기 누수 DIY 할 때 필수팁! 원룸으로 이사 오고 보니 화장실이 문제다. 마르지 않고 항상 물기가 있는 화장실. 항상 습하고 냄새가 나기에 원인을 추적했다.얼마간의 추적 후에 범인은 두 놈으로 밝혀졌는데. 첫째, 양변기 뒤쪽 앵글펌프와 볼탑 취수부분을 이어주는 조절대에서 한 방울씩 물이 똑똑 새고 있는 현상둘째, 양변기 시멘트가 미세하게 깨져서 양변기 밑으로 조금씩 물이 흐르는 현상 첫번째 놈은 앵글밸브와 조절대를 바꾸는 작업으로 해결가능하고두번째 놈은 양변기 밑을 백색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을 하면 해결가능하겠다. 일단 오늘은 첫번째 범인을 처단하기로 했다. 사실 쉬울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3시간이나 걸렸다ㅠㅠ 준비물은 [앵글밸브, 양변기용 고압호스(조절대), 몽키스패너, 그리고 필수아이템!!!! 방수테이트(야마테이.. [120207]박현욱-아내가 결혼했다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아내가 결혼했다. 이 책은 파격적인 소재라는 소문으로 유명한 책이다. 하긴 그럴법도 하다. 비독점 다자연애를 주장하는 아내. 그리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하는 두 집 살림. 그리고 아내의 옆에서 서서히 물들어가는 주인공의 연애관, 결혼관. 읽는 내내 어이가 없다ㅋ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결혼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오늘날, 그 모든 것을 다 감수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두 집 살이를 자처하는 아내의 모습이라니. 현실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행여나 몇 십년 후라면 이런 사람들이 조금씩은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몇 십년 전의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살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ㅋ 작가는 결국 사회나 제도라는 것은 사람들끼.. 살다보면 살다보면 이제 내 나이도 어느덧 '살다보면'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넘어가는 그즈음, 이제는 내 삶의 방향성을 얼핏 가늠할 수 있는 그즈음이 되면 왠지 모를 생각들이 많아진다. 내가 옳다고 믿고 걸어왔던 그 길이 과연 옳은 길이었는가 의심하게 되고, 남들이 걷고 있는 길이 더 대단해보이기도 한다. 아직 내 삶은 정해지지 않다고 믿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그 변화가 두렵고 불안한 이중적인 마음. 그렇게 오늘도 내 젊음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아직도 미성숙한채로 나는 그렇게 서서히 굳어간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결정적인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 순간은 앞으로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얼추 결정해주는 순간이다. 음악이 좋아 오디션 프..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