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49) 썸네일형 리스트형 버지니아 울프 단편, 「유산」 분석 버지니아 울프의 "유산"은 원고지 50~60매짜리 짧은 소설이다. 오늘날 단편의 기준인 80매보다도 더 적은 양이다. 하지만 이 소설 안에서 담고 있는 소설의 구조는 한 번 눈여겨 볼만하다. -소설의 구조-1. 크랜든(남편)은 안젤라(아내)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그녀의 유산을 나눠주기 위해 아내의 응접실에 있다.2. 그녀는 마치 죽음을 예상이라도 한듯이 자신의 물건에 유산을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어두었다.(그녀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복선1)3. 씨시 밀러(아내의 비서)는 크랜든의 부름을 받고 응접실로 와 그녀의 브로치를 받아간다. 그러면서 그녀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죽음에 관한 복선2)4. 크랜든은 그런 그녀를 보고 혹시 자신을 흠모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진다. (크랜든의.. 헤밍웨이 단편, 「살인자들」 분석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살인자들(The Killers)는 사실상 살인자가 아니라 '살인청부업자' 정도로 부르는게 맞다. 왜냐하면 이 소설 속에서 그들은 Muders(살인자들)이 아니라 한 남자를 죽이기 위한 Killers(살인청부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이 소설은 시골의 한량한 간이식당에 두 사내가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 생각에 헤밍웨이가 이 작품을 무슨 의도를 가지고 썼다기보다는 자신의 문체와 보여주기의 기법을 연구하면서 쓴 단편인 것 같다. 그 말은 이 소설에서 연구할만한 점은 찾을 수 있지만, 딱히 도드라지는 주제는 없다는 말이다. 이 소설은 보여주기의 극치로 표현되곤 한다. 시점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이고 등장인물은 조지(식당주인), 닉(조지의 지인), 샘(식당 주방장?), 엘과 맥.. 체호프 단편, 「상자 속의 사나이」 분석 체호프의 단편은 짧지만 그 안에서 생생한 인물을 그대로 만들어 보여준다. 이 짧은 단편 「상자 속의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헛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사냥꾼(이반 이바느이치(수의사)와 불킨(중등교사))은 달이 뜬 밤, 잠이 오지 않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 같은 사나이 '베리코프'에 대해서 말하게 된다. 이 소설은 '베리코프'에 관한 이야기이고, 체호프는 상자 속에 갇힌 것 같은 인물을 효과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불킨은 '베리코프' 이야기를 하며 상자 속에 갇혀 사는 듯한 그를 우습게 그려내지만, 이야기를 듣던 이반은 우리네 삶 또한 마찬가지 아니냐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한다. 하지반 불킨은 잠에 빠져들고 만다. -소설의 구조- 1. 인물의 소개(이반.. 체호프 단편, 「학생」 분석 이 짧은 소설은 특별한 사건이 없이 진행된다. 주인공 이반이 계절은 봄이지만, 추운 겨울처럼 바람이 불어오던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과부네에 들르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정한 일과 예수가 유대인들에게 체포되어 고난을 당한 일화를 이야기한다. 과부네는 그의 말을 듣고 불편한 기색이다. 그는 과부네를 나와 작은 언덕 위로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수천년전의 진리와 아름다움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자신의 앞날에도 무언가 행복이 있을 것임을 생각하며 희망에 찬다. 이 소설의 전반부는 겨울 날씨의 묘사와 황량함, 허망함의 분위기를 준다. 아래 적어놓은 표현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을 하는 셈이다. 저런 풍부한 표현력을 익힐 것. 그리고 과부네 집에서 삽화(예수 .. 체호프 단편, 「반카」 분석 이 짤막한 소설은 반전 소설이다. 아주 짧은 분량의 소설임에도 책을 읽는 독자에게 주는 충격은 꽤나 상당하다. 이 소설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설의 구조- 1. 반카는 9살 짜리 소년이고, 제화공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2. 성탄 미사에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3.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그의 두 개 '카슈탄카'와 '미꾸라기'의 일화를 소개한다.4. 제화공의 집에서 학대를 당한다는 내용을 편지에 적는다.5. 소년은 할아버지의 주소를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라고 써 우체통에 넣는다.6. 소년은 할아버지가 편지를 읽는 꿈을 꾼다. *제화공 : 구두 따위의 신을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이 소설은 1~3번까지 아주 따뜻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성탄절 미사라는 단어가 주는 사랑.. 장강명의「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고... 직장인처럼 글을 쓰는 작가 장강명 표백(2011.7), 열광금지 에바로드(2014.10), 한국이 싫어서(2015.5), 그믐 또는 당신이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2015.8), 댓글부대(2015.11), 5년 만에 신혼여행(2016.8), 우리의 소원은 전쟁(2016.11). 장강명 작가가 낸 책들이다. 네이버를 통해 찾아보니 두어권 더 검색이 되긴 하지만, 그 책들은 읽어보지 않았으니 제외하고, 내가 읽어본, 그리고 문학상을 받으며 유명해진 책의 목록만 해도 이정도다. 이런 작가가 또 있나 싶다. 얼마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이토록 많은 책을 낼 수 있다니. 정말 그는 그의 말대로 직장인처럼 글을 쓰는 작가임이 틀림 없다. 직장인이 노동하는 하루 8시간을 꼭 지켜 하루에 8시간은 반드시 글을 쓴다고 .. 무라카미 하루키의 35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이 책은 일본의 유명한 세계적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35년간 직업으로서 살아왔던 소설가의 삶에 대해 쓴 짧은 에세이다. 전체적으로 독자들에게 강연하듯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쓰여 있어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대략 3시간 정도면 한 권의 책을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이 책은,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비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3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소설가로서 롱런할 수 있었던 그의 삶과 소설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루키는 거의 각 장의 말미마다 소설을 짓는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소설가마다 자기만의 방법이 있고, 하루키 자신이 행한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소설이라는 장르는 정답과는 거리..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과연 유토피아인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두 작품이 유명한 이유는 물론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문화역사학적 가치를 빼놓을 수 없을테지만, 무엇보다 이 두 작품이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정반대의 모습으로 그렸다는 것도 한 몫할 것이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주인공을 비롯한 수 많은 사람들은 직장이나 공공장소는 물론이거니와 집 안에서도 '빅 브라더' 스크린의 감시를 받는다. 행동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작자는 즉시 경찰에 체포되어 정신 교육을 받게 된다. 주인공은 정보국에서 지난 신문들의 정보를 고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빅 브라더'가 선전하는 자신들의 업적이 진.. 이전 1 2 3 4 5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