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물들다/내맘대로 책 읽기 (49) 썸네일형 리스트형 간만에 현웃 터진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이제야 다 읽었다. 시작은 21개월 전에 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손도 못 대고 있다가 며칠 전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헉이 아버지와 마을로부터 탈출하는 장면을 담고 있는 초반에는 좀 지루했다. 그래서 21개월 동안 이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헉이 숨어 있는 섬으로 흑인 노예 짐이 찾아옴으로써 이 두 사람(헉과 짐)은 이제부터 그야말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 소설의 진정한 재미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헉은 번듯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다. 제대로 된 가정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그래서 스스로를 나쁜 아이"고 자책하는 아이다. 그런 헉이 뗏목을 타고 강을 따라 떠.. 김연수 단편, 「깊은 밤, 기린의 말」감상평 [김연수 단편] - 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2010 가을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이 소설이 '문학의문학'에 실렸을 때쯤에 한 번 읽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부모와 쌍둥이, 자폐아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감상이나 느낌을 받았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얼핏 보인다. 소설은 부모와 쌍둥이(나, 진희), 자폐아(태호)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화자는 '등장인물-나'로서 쌍둥이 중 첫째언니인 '나'의 시선을 진행된다. 태호가 서너살로 보이는 점, 그리고 쌍둥이의 말과 생각으로 짐작하건대 화자의 연령은 7~9세쯤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이 소설이 어린 화자를 내세움으로써 얻은 효과가 상당해보인다. 그.. 존 치버 단편, 「헤엄치는 사람」감상평 존 치버의 단편, 「헤엄치는 사람」을 읽었다. 소설을 잘 모르지만, "존 치버"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공부를 얼마 하지도 않은 내가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 정도라면 그가 꽤나 유명한 소설가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 그의 작품도 "헤엄치는 사람"이 처음이다. 그것도 뒤늦게서야 듣게 된 2016년에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존 치버의 소설을 추천하는 걸 듣고나서 읽게 된 것이다. 소설은 읽는 사람마다 뭔가를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 그 어떤 느낌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해석이나 설명이 아니라 간단한 감상평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설을 읽을 때, 스토리라인을 중요하.. 체호프 단편, 「검은 수사」 분석 안톤 체호프 단편선이라는 책에서 「검은 수사」는 꽤나 긴 분량의 소설이다. 책의 절반 정도는 될까? 그리고 그 분량 못지 않게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또한 상당히 묵직하고 날카롭다. 그 질문의 화두는 '인간의 삶은 무엇일까?' 혹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다. 체호프는 코브린이라는 철학 박사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그가 보는 환영, 검은 수사(가톨릭에서 청빈, 정결, 순명을 서약하고 독신으로 수도하는 남자.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한다.)를 통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의 구조-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의 주요한 인물은 셋이다. 시골에서 큰 과수원을 운영하는 '페소츠키'라는 남자와 그녀의 딸 '타냐' 그리고 철학 박사 '코브린'이.. 체호프 단편, 「기우」 분석 라는 단편 속에는 인간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무겁지 않게 잘 드러나 있다.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고, 측량기사를 초점화자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측량기사는 구획선 정리를 의뢰받고 어느 지역으로 향하는 중이다. 역에서 내려 그 지역까지 가기 위해 농부의 마차를 타게 되는데, 이 마차가 뭔가 심상찮다. 말은 왠지 힘이 없어보이고, 채찍을 네 번이나 맞아야 움직인다. 측량기사는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혹시나 농부가 자신을 해치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에 빠진다. 그때부터 이 측량기사는 자신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농부에게 드러낸다. 물론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개 이런 식이다. 자신의 품 안에는 권총이 있다. 덩치 큰 사람 세 명을 제압한 적도 있다 따위. 농부는 그의.. 루쉰 단편, 「아Q정전」 루쉰의 아Q정전. 이름은 유명한 작품이지만, 제대로 읽어보는 건 처음이다. 소설은 총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을 통해서 '아Q'라는 인물의 구시대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일단 이 소설은 제목부터 독특하다. 중국어와 영어의 혼합으로 된 제목인데, 당시 중국에 영어가 들어오던 시절에, 이를 이용해 이름을 지을 생각을 한다는 건, 확실히 깨어있고 열린 사고를 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아Q라는 인물은 매우 우스꽝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행하는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들도 아Q와 정도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행동들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과도하게 숨기지 않고, 속시원하게 써내려가면.. 오 헨리 단편, 「20년 후」 분석 이 짧막한 소설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18세와 20세에 헤어진 두 친구는 20년이 지나, 어느 한 음식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18세에 미국 서부로 떠난 친구는 많은 돈을 벌어서, 속된말로 성공해서 그 음식점을 찾아온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밤 10시. 그는 어둠 속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순찰을 돌던 경찰과 그들의 약속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찰은 잠시 후 자리를 뜨는데, 약속 시간이 20분 지난 뒤에야 그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어둠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친구의 얼굴은 사실, 밝은 곳에서 보게 되니 자신이 알던 친구가 아니엇다는 사실이었다. 그 남자는 쪽지를 하나 건네는데, 거기에는 좀 전에 순찰을 하던 경찰이 그 친구였으며, 서부로 떠난 그 친구는 지명수배가 되어 있어서 자신이 직접 체.. 포크너 단편, 「에밀리에게 장미를」 분석 그레이슨 가(家)의 유일한 후손 '에밀리'가 죽자,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집으로 조문을 간다. 마을이 발전하면서 모습을 바뀌는 동안에도 그녀의 집은 변하지 않고 마을에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이는 '에밀리'의 성격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물론, 그녀가 수년간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사건이나 플롯이 특별할 건 없지만, 철저하게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되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의 전개를 비틀었다는 점 등을 눈여겨 볼만하다. 1. 3인칭 관찰자 시점 인물의 내면을 서술하지 않고,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을 '카메라'로 보는듯이 전달하기만 하는 기법으로, 이 소설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법이다. 카메라의 눈은 마을 사람들에게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들어가보지 못.. 이전 1 2 3 4 ··· 7 다음